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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페미니즘 지지자 '샤이 페미니스트'의 목소리

by 인포자료실 2022.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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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유혜정(17)씨는 페미니즘을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성평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있어서" 자신을 페미니스트는 아니라고 여긴다. 남매를 둔 어머니 김진하(58)씨는 페미니즘을 잘 알지 못하지만, '남성은 업무기획과 추진력이 여성보다 더 뛰어나다'거나 '힘들고 위험한 일은 남자가 앞장서야 한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숨은 페미니즘 지지자를 뜻하는 이른바 '샤이 페미니스트'다.

샤이 페미니스트의 침묵에는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 윤진희(32)씨 역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의하지 않는 이유를 "굳이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남자들과 싸울 필요가 없다"는 데서 찾았다.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여성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면 '너 페미지'라는 공격이 쏟아진다"면서 "이런 공격을 감당할 수 있는 여성은 없을뿐더러 시달림을 알면서도 목소리를 높이라고 외치는 것은 잔인한 일"이라고 했다.

숨은 페미니즘-샤이 페미니스트

페미니즘이 평화로운 세상을 망친다고 손가락질을 받은 현상은 우리나라만 겪은 건 아니다. 1980년대 미국의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타임 등 유수의 언론은 페미니즘이 여성의 삶을 얼마나 불행하게 만들었는지를 앞다퉈 묘사했다. 신경아 교수는 "고학력 여성들의 결혼이 늦거나 독거노인이 된다는 식으로, 페미니즘으로 여성의 인생이 불행해진다는 기사가 쏟아졌다"라고 전했다.

그렇기에 지금이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 인터뷰에서 만난 고등학생 나재헌(18)군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페미니즘은 싫지만 '성평등에 관심이 있다'라는 그에게 이유를 묻자 "페미니즘이 성평등이 아니라 여성 우월주의라고 알고 있어서 관심이 없고 거부감이 든다"고 했다.

허 입법조사관은 "페미니즘이 준 이익을 남녀가 누리고 있으면서 그것을 모욕하고 두려워하고 경멸하는 이중적인 태도는 사실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시대가 너무 많이 달라져 불안하다는 것도 이해한다"면서 "그럴수록 공론장에서 더 많이 말하고, 논의하면서 페미니즘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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